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10강)



희랍이란 그리스를 일컬으며, 과거에 자기네들은 헬라스라고 불렀던 것을 한글로 희랍이라고 변형하여 부른다.

희랍 사람들에게 비극이란 단순히 경연대회에서 공연하던 것을 비극이라고 불렀다. 비극의 원래 이름은 '염소 노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슬프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은 아니다.

소포클레스의 작품의 배경은 기원전 5세기다.

오늘날까지 작품이 온전하게 전해지는 희랍 비극 작가는 시대 순으로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인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비극 개념에 가장 잘 맞는 작품을 쓴 사람이 소포클레스다.

오이디푸스 왕이 고대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었고, 안티고네는 현대에 가장 많이 상연되는 작품이다. 아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고,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듯 하다.


[오이디푸스 왕]

신탁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내용을 받고 왕은 아이를 산에 버린다. 이 아이를 노부부가 주워서 키웠고, 그 아이(오이디푸스)는 성장하여 나중에 그 신탁대로 행하게 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나서 어머니이자 아내는 목매달아 죽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채 방랑의 길을 떠난다.


오이디푸스 왕이 걸작인 이유

옛날엔 많은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음. 그래서 옛 시인들은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는데, 소포클레스는 이 문제를 수사극(추리물)이라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해결하였다. 또한, 이미 범인을 극의 1/3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밝힘으로써 결론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수반되는 아이러니와 인물의 우둑함이 이 작품을 빛나게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극적 아이러니'이다. 관객들은 이 신화를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확신하지만, 등장인물은 이에 대해 모른 채 서사를 이어감에 있어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이를 등장인물과 관객의 정보 격차에 의해 발생하는 '비극적 아이러니'라고 부른다.

또 이 작품의 뛰어난 점으로, 사건들이 정밀한 필연성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모든 장면이 인과 관계에 의해 이어진다. 운명이란 것이 신들이 정해 놓고 억지로 우리 인간을 그리로 떠밀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자신의 욕망과 계획대로 행동하는데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결국 신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결과에 도착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오이디푸스 왕을 운명론을 설파하는 작품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이해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작품은 운명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스스로 눈을 찔렀고, 코린토스 사자가 자신이 테바이에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도 그렇다.

이 작품에서 아주 뛰어난 인물을 창조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약 2500년 전, 한반도가 청동기 시대일 때 창조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 인간의 추락

이 작품은 인간이 이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오이디푸스는 '측정하는 인간', '계산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는 멀리서 별을 보고 거리를 잼녀서 코린토스를 피해 다녔노라고 술회한다. 오이디푸스는 보통 '부은 발'로 해석되지만, 달리 보자면 '발로 재어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의 계산은 어긋나고, 이 측정하는 인간은 파멸하고 만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떤 의미에서 오이디푸스는 모든 인간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 작품으로부터 우리는 '한계를 지녔지만 스스로 자기 길을 결정하는 존재'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시인이 극한적 조건에 놓이 주인공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탐색한 작품이다. 우리는 주인공의 분투와 좌절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보고 겸손함을 배운다. 한편 그의 기백과 진실을 향한 의지, 결코 굴복하지 않는 영욱적 기질에서 인간의 가치, 그 존엄함을 느낀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에 이어진다.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찌르고 나라를 더난 다음, 그의 두 아들이 왕권을 물려받는데, 이들이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죽고 난 뒤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두 아들은 서로 1년씩 번갈아 가며 나라를 다스리기로 약속하는데, 에테오클레스가 약속을 어기고 왕권을 내어놓지 않자, 폴뤼네이케스가 이웃 나라 군대를 얻어 쳐들어왔고, 결국 그 전쟁에서 둘 다 죽고 만 것이다. 이들에 뒤이어 권력을 잡은 것은 그들의 외삼촌 크레온이다. 그가 엄중한 포고를 내린 데서 사건이 시작된다. 에테오클레스는 나라를 지키다 죽었으니 후히 장사 지내고, 폴뤼네이케스는 외국 군대를 이끌고 조국으로 쳐들어왔으니 주검을 그냥 버려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죽은 형제의 누이인 안티고네가 그 명을 어기고 오라비를 장례 치렀고, 그것 때문에 죽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이다.


안티고네의 특징

안티고네의 특출한 점은 사람이 행해야 할 바에 대한 어떤 직관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의지와 자기 확신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에게 자기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자. 사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하이몬'이라는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하이몬의 역할은 안티고네가 직관에 따라 실천한 것을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일이다. 또 테이레시아스의 역할도 안티고네의 행동 바탕에 깔린 종교적 근거를, 그 반석처럼 튼튼한 기초를 확실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레온으로 대표되는 중년남성 중심의 국가주의적 합리성은 여성의 직관과 확신, 젊은이의 합리적인 반박, 늙은 예언자의 권위와, 좁은 의미의 합리성을 넘어선 더 깊은 의미의 지혜에 의해 잇달아 공격을 받고 결국 무너지는 것이다.


크레온의 지나친 합리성

크레온도 나름대로 도시에 대한 책임감, 자기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원칙을 중시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너무 좁게 해석하는 사람이다. 신들을 향한 경건함도, 국가 안보에 대한 관심도, 준법의 기준도 모두 너무 편협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의 지나침은 '제우스라 해도 나를 막지 못한다'는 선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정치적, 윤리적, 종교적 모든 면에서 한도를 넘어섰다. 희랍인들이 가장 경계하던 과오를 범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인간 찬양의 합창'이다. 인간들은 죽음을 정복하진 못했어도 의술을 개발해서 병을 이겼노라는 것이 노래 내용이지만, 크레온은 자신의 행동으로 나라에 '병'을 퍼뜨리고 있다. 또 인간은 그물을 발명해서 하늘의 새들까지 잡게 되었다는 노래 내용과는 달리, 새들은 예언을 주지 않고 오히려 오염을 옮기고 있다.

인간의 기술과 합리성에 문제가 있는데도 그것을 끝까지 고집하던 크레온은 결국 자기 합리성 때문에 더 크게 재앙을 당한다. 그는 나중에 마음을 돌려 자기 잘못을 수습하려고 하는데, 사태가 급박한 정도를 따지지 않고, 매우 합리적으로 자기가 잘못을 저지른 순서대로 처리하려 하다가 일을 그르치고 만다. 죽은 사람은 좀 천천히 매장해도 되고, 당장이라도 죽을지 모르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먼저일 텐데, 그는 폴뤼네이케스를 매장하느라고 시간을 끌다가 조카딸이 자살하게 만들고, 그것 때문에 아들과 아내까지 잃는 것이다.

희랍 비극의 원칙을 요약하는 표어 중 하나가 '행한 자는 당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은 그대로 보복을 당한다는 뜻이다.


안티고네의 영웅적 기질

안티고네는 의지가 매우 강하고 단호한 데가 있어서 '지나친 고집'이라고 하는 '흠'을 지닌 듯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비극의 영웅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영웅적 기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합창단은 안티고네의 불행을 동정하면서도, 그녀가 너무 자기 뜻대로 행동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하는데, 이것 역시 영웅의 자율성이 타인들 보기에까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안티고네는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경건함이란 무엇인지, 법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 국가 안보와 양심의 문제, '범법자' 처벌의 한게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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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선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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