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평: 전공책을 보면서 간지러웠던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었다. (★★★★☆)
하반기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빠져들어 읽었고 배운 것도 많이 있다. 경제학이란 것이 관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면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메커니즘으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배우지는 못했었다. 그런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책이 바로 장하준 교수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였다.
이 책은 비전공자들도 충분히 읽기 쉽다. 왜냐하면 주류 경제학 서적에서 알려주는 지식을 먼저 언급한다. 그 후 다른 시각에서의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지적을 설명하기 위한 실제 사례도 언급된다. 딱히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장하준 교수님은 현 정권의 정책실장인 장하성 교수님과 친척관계이며 어느정도 경제학에 대해 생각하는 사고도 비슷하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 흐름을 가볍게 주장하고 실천하는 분이 장하성 교수님이라면, 장하준 교수님의 이 책은 그 정책의 이론적 토대에 대해 쉽게 알려준다. 따라서 상식 이상의 경제 지식을 쌓고 싶은 비전공자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을 고민했다. 내가 생각해왔던 상식을 뒤틀다보니 충격이 크기도 했다. 가령,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Thing20) 라는 주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의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롤스를 떠올린다. 롤스의 정의론이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이다. 롤스는 무지의 베일을 가정하며 기회의 균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기회만 균등하면 뭐하냐 가진게 다른데' 라고 주장하는 시각이 장하준 교수님의 시각이다. 물론 결과적 평등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라도 균등하게 해주어야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겠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회의 균등과 결과적 평등이라는 것으로 흑백논리를 삼지 말라는 것이다. 그 중간에도 무언가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장하준 교수님은 큰 정부를 지향하신다. 큰 정부라고 생각하면 16C 절대왕정시대가 떠오르는 것은 착각이다. 21C에 사는 대학생이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걸쳐 제도는 발전했다. 지금의 북유럽 국가들을 지켜보라. 그들에 대해 공부를 할수록 제도가 가진 힘의 위대함을 느낀다. 큰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한다.
많은 것들이 공감되었다. 자유 시장은 없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는 거짓이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낙수효과는 거짓이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많은 내용에서 나의 시각을 변화시켜주었다.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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