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_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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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시민 작가께서 그동안 글을 써오면서 경험한 노하우의 총체이다. 서두에는 글쓰기에 필요한 개념을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독서가 글쓰기에 중요한 이유를 나열한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의 생각에 어떤 글이 '못난 글'인지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의 장점과 시험 대비를 할 때의 훈련법을 제시한다.

  책의 중간까지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잘못 고른 책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원한 책은 순수하게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상세한 글쓰기 방법론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치적 의도가 묻어 나오며 순수한 주제에서 종종 벗어난다. 또한, 원하는 만큼 내용이 상세하지는 않았다.

  유시민 작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나처럼 그에게 별 취향이 없는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신념에 순수한 독서를 방해받을 뿐이다. 또한, 글쓰기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가치관을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유시민 작가가 추구하는 글쓰기는 겉멋 글쟁이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그의 주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생각이라고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논증과 취향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글로써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난 세상이다. 문제는 글에 억양과 표정을 담지 못해서 독서를 충분히 해온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는 소통이 어렵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가 주장과 취향고백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취향고백은 논증이 필요없다. 누군가가 나와 다른 취향을 고백한다면 그것에 대해 반박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수용하면 된다. 그런데 일상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에서 종종 소통의 혼선을 빚는다. 그럴 때 마다 이것이 주장인지, 취향고백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경험적으로 취향고백을 주장처럼 이야기하는 잘못된 소통 방식이 주장을 취향고백처럼 하는 경우보다 많았던 것 같다. 우리가 이를 구분하는 식견이 생긴다면 취향고백에 대해 논증하라는 멍청한 행동은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유시민 작가의 글에 대한 신념이다. 어떤 글이든 말로 표현했을 때 이질감이 없을수록 좋은 글이다. 나는 이에 대해 70% 정도 수긍한다. 30%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나처럼 글쓰기 특강을 찾는 많은 10~20대의 청소년에게는 그 특수한 상황이 논술시험 때문일 것이다. 시험 환경에서 글을 쓸 때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때와 조금 다르다. 말이 글보다 먼저이긴 하지만, 평가관들이 그 글을 다 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논술에 특별한 수상이력이 있거나 남들보다 잘 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글 보다는 "나 공부 많이 한 성실한 사람입니다" 라고 쓰여있는 어휘의 콜라보레이션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하여도 이질감 없는 글은 전체를 읽더라도 덜 피곤해서 좋은 글이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글쓰기는 단문으로써 적절한 어휘를 활용하여 고급지게 쓰는 것이 평가에 주효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추천도서: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못난 글

  유시민 작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외국어 혼용 등을 잘못된 글쓰기로 규정한다. 그렇다고 순수한 고유어만 고집하는 것은 지양한다. 오로지 글을 읽는 이들이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글을 꼭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써야 한다는 유시민 작가의 주장은 어휘의 효율성을 무시한다. 진은영 시인의 문학의 아토포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이해하라고 쓴 책이 아니다. 진은영 시인만큼 철학의 깊이를 파악하고 개념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사상의 텍스트'이다. 아주 명료하고 구체적인 개념어가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풀어서 서술하라는 것은 글쓴이로 하여금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이다. 글을 이해하고 싶다면 저자의 발치 만큼이라도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따로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관료들의 글쓰기도 유시민 작가는 수차례 비판한다. 대부분 보수당 인사들의 글이어서 유시민 작가의 정치색에 눈살 찌푸려진 순간이었다. 그들의 글에서 수식어구와 한문체에 대하여 비판한다. 수식어구는 유시민 작가가 생각하는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도구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보기엔 너무 길어서 불편하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이렇게 쓰면 되지 않겠냐 하고 본인이 손수 고쳐쓴 글을 옆에 두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읽기는 쉬우나, 알맹이는 단출하게 변해버린 글이었다. 한문체에서 느껴지는 전문성은 우리의 문화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순수하게 한글로 풀어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적 특수성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그가 주장하는 못난 글들은 다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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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선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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