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_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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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적으로 바르고 착실한 가정에서 태어난 싱클레어가 기존의 세계를 탈피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제목인 데미안은 그를 기존의 세계로부터의 탈피를 도와주는 인도자다.
어린시절 내가 자신감을 되찾고 나의 생각을 고집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어린시절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있냐는 질문에 항상 가장 먼저 거론되는 책이다. 그렇다고 내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아니다. 어린시절이라고 언급했지만 22살이었다. 그 때 쓴 독후감을 확인해보았는데 나는 당시 이별 직후여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나보다. 다른 좋은 내용도 많은데 유독 에바부인의 이야기에 이끌렸었다. 

1. 두 세계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이름의 세계였다. 

그 세계는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라고도 불렸다. 

그 세계에 속하는 것은 은은한 광채, 맑음과 개끗함이었다. 

그곳은 부드럽고 다정한 대화, 깨끗이 씻은 손, 말끔한 옷, 예의범절의 영역이었다.

(중략)

반면에 또 하나의 세계는 이미 우리 집 한복판에서 시작되고 있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냄새도 달랐고, 사용하는 말도 달랐고, 약속해 주는 것도 요구하는 것도 달랐다. 

그 두 번째 세계에는 하녀와 직공들이 있었고, 유령 이야기와 추문들이 있었다. 

도살장과 감옥, 술주정꾼과 사람들과 악다구니 쓰는 여인네들, 새끼를 낳는 암소와 쓰러진 말들, 

강도의 침입, 살인, 자살과 같은 섬뜩하고도 유혹적이며, 끔찍하고 불가사의한 온갖 다채로운 일들이 있었다.

p.11 

내 주위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일러바치겠지. 내가 죄를 지엇다고.

아버지도 아시게 되겠지. 어쩌면 경찰이 나를 찾아올지도 몰라.

혼돈에서 발생한 온갖 공포가 나를 위협했다.

p.21


2. 카인


그는 표지를 지녔던 거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명할 수 있었어.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에게 편한 것만 원하고 그것만 옳다고 하거든.

사람들은 카인의 후예를 두려워했어. 그들은 표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표지를 원래의 모습 그대로 하나의 표창으로 이해하지 않고 그 반대로 해석한 거야.

사람들은 이 표지를 지닌 녀석들이 무시무시하다고 말했고 사실 그렇기도 했지.

용기와 개성을 지닌 사람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몹시 위협적이거든.

겁 없고 무시무시한 어느 족속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심기가 무척 불편했겠지.

(중략)

아주 오랫동안 카인과 형제 살해 그리고 표지의 문제는, 내가 인식과 회의와 비판을 시도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p.43


3. 도둑


그 소망이 온전히 나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 있을 때나,

나의 존재가 사실상 온전히 그 소망으로 채워져 있을 때에만 

그 일을 수행해 내거나 충분히 강력하게 원할 수 있어. 그런 경우,

너의 내면이 너에게 명령한 일을 시도해 본다면,

너는 그 일을 성취할 수 있고,

너의 의지를 마치 훌륭한 말처럼 부릴 수도 있는 것이지.

p.81


공인된 신의 세계와 묵살된 악마의 세계에 대해 말했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생각이었고,

나 자신의 신화였으며, 세상이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라는 두 세계 혹은 두 개의 절반으로 나뉘어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문제는 모든 인간의 문제, 모든 삶과 사유와 관련된 문제라는 깨달음이 신성한 그림자처럼 문득 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나의 가장 고유한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위대한 이념의 영원한 흐름에 얼마나 깊숙이 가담하고 있는지를 갑자기 깨닫고 느끼며, 두려움과 경외심에 사로잡혔다.

그 깨달음은 무언가 확신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지만 왠지 즐겁지는 않았다.

그 깨달음은 가혹했고떫은맛이 낫다.

그 안에는 일말의 책임의식이더 이상 어린아이로 지낼 수 없으며,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울림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p.88


4. 배아트리체


지금의 이 밝은 세계는 어느 정도 나 자신의 창조물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어머니에게로,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다시 도망치고 기어 들어가는 도피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 생각해 내고 요구하는,

책임과 자제심을 갖춘 새로운 예배였다.

p.113


5.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싸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p.129


우리는 세계 전체를 숭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시에 악마이기도 한 신을 갖거나, 아니면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 숭배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브락사스는 신인 동시에 악마이기도 한 신이었다.

p.132


여전히 전혀 어찌 할 바를 몰랐고 아무런 목표가 없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즉 내 내면의 소리, 그 꿈의 영상만은 확실했다.

내 임무는 그것이 인도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수월한 임무가 아니어서, 나는 날마다 버티며 반항했다.

(중략)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중략)

어떤 상태가 마음에 들자마자, 어떤 꿈에 즐거워지자마자,

그것도 이내 시들해지고 쓸모없어지고 말았다.

탄식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제 종종, 나를 완전히 야성적으로 미치게 만드는 채워지지 않은 갈망,

긴장된 기대의 불꽃 속에 살고 있었다.

p.135



어린 시절부터 나는 항상 자연의 기이한 형태를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것은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고유한 매력과 복잡하고 심오한 언어에 흠뻑 빠져드는 일이었다.

나무처럼 변해 버린 기다란 나무뿌리, 암석에 드러난 여러 가지 색깔의 무늬, 물에 떠다니는 기름 덩어리, 유리에 난 금.

이와 비슷한 온갖 사물이 내게는 때대로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중략)

이런 자연의 모든 형상은 우리의 내부에 미리 만들어져 있고, 영원을 본질로 하지만

우리가 그 본질을 알지 못하는 영혼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영혼의 본질을 대개 사랑의 힘과 창조력으로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피스토리우스는 인간은 이미 모든 본질을 영혼에 포함하고 있고, 영혼의 본질을 사랑의 힘과 창조력으로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식론. 본질을 인식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주장한다. 본질을 인식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바위나 동물에 불과하다고 멸시하기도 한다.]

p.148


6. 야곱의 싸움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내면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미워하는 거예요.

우리 자신의 내면에 들어 있지 않은 것에 우리는 흥분하지 않으니까요.

p.160


습관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고유한 욕구 때문에 사랑과 경의를 바쳤을 경우,

우리가 더없이 진정한 마음으로 제자나 친구가 되었을 경우,

우리 내면의 주된 흐름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떠나가려 하는 것을 갑자기 깨달을 때는 쓰리고도 끔찍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때는 친구나 선생님을 거부하는 생각들 하나하나가 독침이 되어 자신의 심장을 겨누고,

자신을 방어하려는 각각의 타격이 자신의 얼굴을 맞히는 것이다.

p.175


누구에게나 하나의 직분은 있지만,

누구에게도 스스로 선택하고 정의하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직분은 없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신을 원하는 것은 잘못이었고이 세상에 무언가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완전한 잘못이었다!

깨달은 인간에게는 스스로를 찾고내면을 굳게 다지며어디로 가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가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의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p.181

 

7. 에바부인


자신의 꿈을 발견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하려 해서는 안 돼요.

(중략)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잖아요.

당신이 계속 충실하다면 당신이 꿈꾸는 것처럼 언젠가 그 운명은 완전히 당신의 것이 될 거예요

p.201


당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소망에 몰두해서는 안 돼요.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어요. 그런 소망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해요.

아니면 온전하고 올바르게 소망할 수 있어야 해요.

당신이 마음속으로 그 성취를 완전히 확신할 정도로 소망한다면,

한 번은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중략)

어느 날 밤 그는 다시 바닷가의 높은 벼랑 위에 서서 별을 쳐다보며 그 별에 대한 사랑에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움이 극에 달한 순간 그는 별을 향해 풀쩍 뛰어올라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뛰어오른 순간 번개처럼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야! 그는 산산조각이 난 몸으로 해변에 쓰러졌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그가 뛰어오르는 순간 굳고 확실하게 실현될 거라고 믿는 정신력을 지녔더라면,

그는 하늘로 날아 올라가 별과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p.210


8. 종말의 시작


때때로 나는 내 삶이 평화로운 데 대해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워낙 오랫동안 홀로 지내는 것, 포기하기, 고통과 힘겹게 맞붙어 싸우는 데 익숙해져서

H시에서 지낸 몇 달간이 꿈속의 섬처럼 생각되었다.

p.222



9. 해설


융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의식 세계와 무의식 세계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무의식 세계를 받아들여 의식 세계와 통합된 개체가 되어야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전한다.

p.246



숨 쉬는 죽은이들에게 생명력을..

  이 책을 실존철학과 융의 심리학의 집합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도 읽을 수 있게 성장소설로 잘 풀어 쓰여졌기에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소설로 국한시키기보단 지금의 우리나라 성인들도 꼭 읽어 봐야할 소설로 생각한다. 물론 어느 삶을 선택할지는 모두의 자유의지에 따른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는 생각의 치우침이 극단적이어서 위태롭지 않나 걱정된다. 정말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는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장기에는 괜찮을거야 라고 고전학파식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눈앞의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사람들은 자본에 의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고, 워라밸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세대가 도래했지만 삶에 충실한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 데미안은 그런 국민정서를 위로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꼭 데미안이 제시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주체성을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책이다.

  잠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인적투자가 과잉된 우리나라의 현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경제적 타개책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도주자가 되는 것이다. 또는 구조개혁을 통한 현재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탈피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하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방법론이다. 창의력은 다양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독서는 그런 지식 확보를 돕는 효과적인 매체이다. 바쁜 삶 속에서도 책 한 권씩은 들고 다니는 여유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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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선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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