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자유_밀턴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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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철학서다. 신자유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을 다각적으로 알 수 있고, 시장이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해준다. 


1장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의 관계

 

경제체제는 자유사회를 진흥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 번째로 경제체제에서의 자유는 그 자체가 넓은 의미로 이해한 자유의 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경제적 자유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된다. 두 번째로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성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경제적 자유의 첫 번째 역할은 각별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식인들 사이에서 자유의 경제적 측면은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은 삶의 물질적 측면으로 간주되는 것들을 경멸하고, 이른바 한층 고귀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차원의 중요성을 띠는 일이자 특별하게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식인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이 나라의 시민 대다수에게 경제적 자유의 직접적인 중요성은 최소한 정치적 자유의 수단으로서 경제적 자유가 갖는 간접적인 중요성과 대등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p34

 

자유주의자는 두 가지 가치를 강조한다. 하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련된 가치로서, 자유주의자는 바로 이 맥락에서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이 스스로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과 관련된 가치로서, 이는 개인윤리와 철학의 영역이다.

p41

 

정치권력은 분산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수많은 작은 독립정부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한 대규모 정부 안에 동등한 힘을 갖는 정치권력의 소중심을 다수 유지하는 일은, 단일한 대규모 경제 안에 수많은 경제력의 중심을 두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대규모 경제에서는 다수의 백만장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힘과 열정을 한 몸에 모을 수 있는, 진실로 특출한 지도자가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있겠는가? 만약 중앙 정부가 권력을 늘린다면, 그만큼 지방정부의 권력은 침해되기가 쉬울 것이다. 배분할 대상으로서 정치권력에는 고정된 총량 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따라서 경제력과 정치권력이 결합하면 권력집중은 거의 불가피하다. 반면, 경제력은 정치권력과 분리된 채로 남으면 정치권력을 경제하고 맞서는 힘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아마도 이상과 같은 추상적인 주장은 실례에 비추어볼 때 그 설득력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을 터이다. 먼저 관련된 원리들을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가상적인 예를 생각해보고, 그런 다음 최근의 경험에서 시장이 정치적 자유를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보여주는 몇몇 실례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자유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인이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사회주의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 자유가 갖는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정치적 자유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도입을 자유로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주장할 수 있는 자유가 사회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보장되고 유지될 수 있을까?

p45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몇몇 부자만 설득하면 아무리 이상한 사상일지라도 그 사상을 전파할 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나아가 그런 부자들, 지원활동을 할 독립적 구심점들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는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이나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전파하려고 하는 사상의 건전성을 납득시킬 필요도 없다. 그저 그 사상의 전파가 재정적으로 매우 수지맞는 일이라는 점, 즉 신문·잡지··기타 사업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만 설득하면 된다. (중략)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없으며, 그저 전능한 국가만이 있을 뿐이다.

p48

 

공산주의가 우리의 모든 자유를 파괴하리라고 믿을 수 있고, 또 가능한 한 확고하고 강력하게 공산주의에 반대할 수 있으나, 그와 동시에 자유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공산주의를 신봉하거나 확산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이익이 되는 자발적 합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 사람의 자유는 그가 공산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자유까지 포함한다. 자유란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 그 사람과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는 다른 사람의 자유도 포함한다.

p52

 

빵을 사는 사람은 그 빵의 재료인 밀을 재배한 사람이 공산주의자인지 공화주의자인지, 입헌주의자인지 파시스트인지, 혹은 말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흑인인지 백인인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비인격적 시장이 어떻게 경제적 활동을 정치적 견해로부터 분리하는지, 그리고 경제활동에서 생산성과는 무관한 이유로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p54

 

2장 자유사회에서 정부의 역할

 

시장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게 되면, 시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관해 순응이 불필요해지므로 사회조직에 가해지는 긴장이 감소한다.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활동의 범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명확한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따라서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쟁점들은 더욱 적어진다. 그리고 합의가 필요한 쟁점들이 적어질수록 자유로운 사회를 유지하면서도 합의를 이끌어낼 가망성은 더욱 커진다.

p60

 

정부가 필요한 것은 절대적 자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정부주의가 하나의 철학으로서는 제아무리 매력적일지 몰라도 불완전한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 사람들의 자유는 서로 저촉될 수 있으며, 그럴 때는, “내 주먹을 움직일 수 있는 나의 자유는 당신 턱의 근접성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라고 한 어느 대법관의 말마따나, 어느 사람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한되어야 한다.

p62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재산권을 규정하고, 재산권이나 경제적 게임의 다른 규칙들을 수정하는 수단 노릇을 하고, 그 규칙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을 재결하고,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고, 경쟁을 촉진시키고, 통화운용체계의 구조를 마련하고, 정부 개입을 충분히 정당화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으로서 기술적 독점에 대응하고 외부효과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에 관여해온 정부. 정신이상자건 어린아이건 간에 무능력자를 보호하는 데 있어서 사적인 자선이나 가족의 기능을 보완해온 정부. 이처럼 정부는 분명히 앞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일관성 있는 자유주의자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다.

p75

 

3장 화폐의 통제

 

철저히 자동적인 금본위제의 작동에 의존하는 방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독립된 기구에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는 방법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안정적인 동시에 정부의 무책임한 간섭에서도 자유로운 통화제도, 자유기업경제를 위해 필수적인 통화제도의 틀을 마련해주면서도 경제적·정치적 자유를 위협하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없는 그런 제도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제껏 제안된 것으로서 유일하게 성공을 기약할 만한 방법은, 통화정책의 운용에 관한 준칙을 법제화함으로써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법에 의한 운영을 이룩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한 준칙은 대중이 통화정책에 대하여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가짐과 동시에 통화정책이 정부당국의 변덕에 좌우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p98

 

왜 각자에게 그가 지닌 특정한 견해를 전파하도록 승인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지 않는가? 혹은 각도를 달리해서, 왜 그 문제의 결정권을 행정기관에 주지 않는가? 만약 우리가 각각의 사안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처리하려 한다면, 유권자 다수는 대부분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부인하는 데 표를 던질 것임이 거의 확실하고, 심지어 사안별로 분리하여 처리한다면 모르기는 해도 항상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데 투표할 것이다. (중략) 일반 대중에게 그 전체를 놓고 투표하도록, 즉 모든 경우에 언론자유를 부정하든지 언제나 똑같이 허용하든지 둘 중 어느 한쪽에 투표하도록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압도적 다수가 언론자유에 찬성표를 던지리라는 것, 그리고 전체를 일괄하여 투표하도록 하면 사람들은 각각의 사안을 따로 투표하는 경우와는 정반대로 투표하리라는 것은 완벽하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고, 내 생각에는 고도로 개연성이 있는 일이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자기가 다수에 가담하여 다른 사람의 언론자유를 박탈할 때 느끼는 감정보다 자기가 소수로 몰려 자기의 언론자유가 박탈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 누구에게나 훨씬 더 강렬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한데 묶인 사안들 전체에 대해 투표할 때는 자주 생기는 다른 사람의 언론자유 박탈보다 어쩌다 생길 수 있는 자기 자신의 언론자유 박탈 쪽에 훨씬 더 무게를 두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화폐정책에 더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인데, 모든 경우들을 한데 묶어서 전체로 보면 각 경우를 분리해서 투표할 때는 인식되지도 고려되지도 않기가 십상인 누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략) 똑같은 문제가 통화 부문에도 적용된다. 만약 각각의 사안을 그 득실에 따라 고려하면, 결정권자는 제한된 영역만을 살펴볼 뿐 그 정책의 누적적 결과 전반을 참작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잘못된 결정이 이루어지기 쉽다. 반면에 일군의 사안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일반적 준칙을 채택한다면, 그러한 준칙의 존재가 사람들의 자세와 믿음과 기대에 좋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데, 이러한 효과는 일련의 분리된 기회에 정확히 같은 정책이 임의로 채택되었다고 하여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p100

 

4장 국제금융 및 무역제도

 

바로 이 점이 금이 수행하는 통화적 역할의 잔재로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인데, 구매하는 금의 값을 치르기 위해 통화를 창출할 권한이 재무성에 부여되어 있어, 금의 구매를 위한 지출은 예산에 나타나지 않고, 거기에 소요되는 총액은 의회의 명시적인 승인을 요하지 않는다는 저이다. 이와 유사하게, 재무성이 금을 판매할 때는 예산회계상 단지 금 증권의 감소만 나타날 뿐이며, 예산으로 들어가는 수령액은 드러나지 않는다.

p109

 

5장 재정정책

 

경기부양을 위해서라거나 만성적 침체라는 요괴를 퇴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균형바퀴(balance wheel)로서 정부 지출이 강조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든 민간 지출이 감소할 때는, 총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기 위해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고, 반대로 민간 지출이 증가할 때는 정부 지출을 감소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균형바퀴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입법자나 관료들은 1929~1933년에 있었던 것과 같은 대불황의 조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친다. 그들은 서둘러서 이런저런 종류의 연방지출 계획을 법제화한다. 많은 계획이 경기후퇴가 지니가버릴 때까지 실제 시행되지도 못하고 만다. 그러므로 이 계획들은 총지출에 영향을 준다 해도 경기침체를 완화하기보다 그다음에 오는 경기확장을 더욱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출계획을 승인할 때는 서두르지만, 경기후퇴기를 지나 이미 경기확장이 진행 중일 때는 미리 세워둔 지출계획을 폐지하거나 다른 지출계획을 제거하려고 서두르는 법이 없다.

p133

 

통화정책의 준칙에 대한 적절한 대응물을 재정정책에서 찾자면, 사회가 사적인 경로를 통하기보다는 정부를 통해 처리하고자 하는 일만으로 범위를 좁히고 매년의 경제안정문제와는 무관하게 지출계획을 수립하는 것, 역시 매년의 경제변동과는 상관없이 여러 해를 평균하여 계획한 지출을 충당하기에 충분한 세입을 거두도록 세율을 정하는 것, 정부 지출이나 과세상의 돌연한 변화를 회피하는 것이 그에 해당하리라.

p136

 

6장 교육에서의 정부 역할

 

최소한의 교육을 위한 비용을 조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기본적 사회단위인 가족에 대한 우리의 신뢰 및 개인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도 합치하지 않는다. 더구나 아이가 자유사회의 시민으로서 받아야 할 교육을 손상하기 쉽다.

p150

 

학교교육을 보조하기로 결정한 이상 당연히 교육기관의 운영비를 직접 지급하는 단계가 뒤따라야 할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두 단계는 수월하게 분리할 수 있다. 정부는 승인된교육 서비스에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아동 일인당 매년 특정 최고한도액까지 상환 받을 수 있는 교환권(voucher)을 부모들에게 주어 학교교육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최소한의 학교교육을 받게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때 부모들은 지원받은 액수와 거기에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추가금액이 있다면 그것까지 더한 액수를 자유로이 써서 자신들이 선택한 승인된교육기관의 교육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p153

 

부유한 주민들에게나 가난한 주민들에게나 똑같이 하나의 학교만 있었던 작은 마을의 인상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건 아래서는 공립학교들이 기회를 균등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심과 교외지역이 점점 성장함에 따라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현행 학교제도는 기회의 균등화가 아니라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외적 소수가, 그들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인데도 초년의 빈곤상태를 떨치고 일어서기가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저소득층 지역: 공립학교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어서 교육 수준이 낮음. 사립학교는 비싸서 이용할 수 없음. 고소득층 지역: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이 높다. 높은 세수 때문. 하지만 저소득자가 이사 가기엔 땅값이 높기 때문이 어렵다. 또한, 사립 학교의 교육수준도 높다, 결국 극심한 계층화가 이루어지고, 기회의 불균등을 초래한다.]

p158

 

7장 자본주의와 차별

 

차별대우를 받는 정도가 자본주의 발전에 발맞추어 큰 폭으로 감소해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계약제도가 신분제도를 대체한 것이야말로 중세에 농노해방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유대인들이 공식적 박해에도 불구하고, 중세를 거치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활동과 생존을 가능케 했던 시장의 존재 덕분이었다. (중략) 방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흑인들을 속박하지 않으려고 각별히 배려한 덕분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사유재산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흑인을 차별하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이다. 흑인들이 누린 기회는 사유재산과 자본주의의 일반원칙을 유지하는 데서 주로 비롯되었으며 그 결과 흑인들도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더욱 큰 진보를 이룩할 수 있었다. (중략) 역사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 개조를 가장 소리 높여 지지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소수집단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모순들 중 하나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잔류 수준의 제약들이 주로 자유시장 덕분에 지금처럼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기는커녕 이런 수준의 제약들마저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p180

 

정부가 소극적 종류의 피해까지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혀 논리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그러한 정부 개입은 자유를 감소시키고 자발적 협로르 제한한다. 공정고용실행위원회의 입법이 그 전제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원리를 다른 분야에 적용한다면 입법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들이 피부색, 인종, 종교를 이유로 고용상 차별을 할 수 없다고 국가가 선언하는 것이 적절하다면, 다수가 동의할 때는 피부색, 인종, 종교에 따라 고용상 차별을 해야 한다고 국가가 선언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타당하다. 히틀러의 뉘른베르크 법과 흑인들에게 특별한 제약을 가하는 남부 여러 주의 법들은 모두 원리상 공정고용실행위원회의 입법과 유사한 예다.

p186

 

피부색과 같은 특정기준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는 동시대 시민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도록 설득하는 일이지,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동시대 시민들에게 우리의 원칙에 맞춰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아니다.

p188

 

8장 독점 및 기업과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

 

독점의 존재는 이른바 독점자의 사회적 책임문제를 야기한다. 경쟁시장의 참여자들은 교환조건을 바꿀 만큼 뚜렷한 힘이 없다. 그는 개별적인 존재로서는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따라서 법을 준수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모든 시민들이 공유하는 의무를 제외하고는 그에게 어떠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독점자는 눈에 띌 뿐만 아니라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목적을 위하여 힘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를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면 자유사회는 무너질 것이다.

p197

 

10장 소득분배

 

자본주의가 더 심화된 국가일수록 자산소득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적어지고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진다. 인도, 이집트 등과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총소득의 절반 정도가 자산소득이다. 미국에서는 대략 5분의 1정도가 자산소득이다. 그리고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그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국가가 저개발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거주자들의 생산능력이라는 면에서 자본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으므로, 자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소득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총소득에서 자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줄어드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대한 성취는 재산의 축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며 개선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의 적들은 자본주의가 물질주의적이라고 헐뜯기를 일삼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벗들은 자본주의의 물질주의가 진보에 필요한 일종의 비용이라고 변명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p262

 

소득분배에 관한 자료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의 불평등, 즉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소득격차와 장기적인 소득격차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소득의 분배가 똑같은 두 사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사회에서는 유동성의 변화가 커서 특정한 가족들의 소득계층상의 위치가 해마다 폭넓게 변하고, 다른 사회는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각각의 가족들이 언제나 똑같은 소득계층에 머물러 있다면,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두 번째 사회가 더 불평등한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전자의 불평등은 역동적 변화, 사회적 이동성, 기회의 평등의 징표이고, 후자의 불평등은 신분사회의 징표다. 이 두 가지의 불평등을 혼동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 문제인데, 다름 아니라 경쟁적 자유기업 자본주의가 후자를 전자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비자본주의 사회는 연소득으로 따져보더라도 자본주의 사회보다 불평등의 정도가 더 크다. 게다가 자본주의는 신분제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이동성을 가져오는 반면, 비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평등은 영속하는 경향이 있다.

p266

 

누진세 구조가 소득 및 부의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를 감소시킨 또 하나의 요인은 이러한 조세가 부자가 되려는 사람보다 이미 부자인 사람에게 훨씬 적은 세금을 물린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조세는 이미 존재하는 부로부터 얻은 소득의 사용도 제한하지만, 부의 축적을 훨씬 두드러지게 방해한다. 부에서 오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부 그 자체를 감소시키지는 못하며, 그저 그 소유자가 유지할 수 있는 소비 수준과 부의 추가분만을 감소시킬 뿐이다. 이러한 조세수단들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회피하고 기존의 부를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로 전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데, 그 결과 기존의 축적된 부가 분산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다른 한편, 새로운 부를 축적할 주된 방도는 현재의 많은 소득 중 큰 몫을 저축하고 위험부담이 있는 활동들에 투자함으로써 투자한 곳 일부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만약 누진적 소득세가 매우 효과적이라면 이러한 통로는 봉쇄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효과는 현재의 부자를 새로 치고 올라오는 사람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효과는 많은 부분 이미 언급한 여러 가지 조세회피 수단들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정률의 각종 감모상각 공제 때문에 면세소득을 얻기가 특히나 쉬운 석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부의 대규모 축적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는 특기할 만하다.

p268

 

11장 사회복지정책

 

공영주택단지 안에서 결손가정들 특히 이혼 또는 상부한 어머니와 아이들로 구성된 가정들의 밀도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은 특히 문제아가 되기 쉽고 그런 아이들의 밀도가 높아지면 청소년 비행이 증가하기 쉽다. 여기에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공영주택단지가 인근의 학교에 매우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이다. ‘문제아가 몇 명이라면 학교가 어렵지 않게 소화해낼 수 있지만, 숫자가 많다면 이를 소화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략) 이 가정들이 현금성 보조금으로 지원을 받았더라면 그들은 지역사회 전반에 훨씬 더 희박한 밀도로 분산되었을 것이다.

p280

 

12장 빈곤의 완화

 

정책은 사람들을 그저 사람들로 보고 돕는 것이어야지, 그 사람들이 특정한 직업집단, 연령집단, 임금률 집단, 노동조직이나 업계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농업프로그램, 일반노령임금,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우대입법, 관세, 각종 기능과 전문직의 면허제도 등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결함이다.

p297

 

결론

 

현재의 과세소득에 23.5%라는 고정세율만 적용해도, 20%에서 91%까지 누진하는 현재의 세율을 적용한 경우와 같은 수준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 불평등을 줄이고 부의 분배를 촉진한답시고 만든 소득세제도가 실제로는 기업이익의 재투자를 조장했고, 그럼으로써 대기업의 성장을 유리하게 해주었으며, 자본시장의 기능을 억제했고, 신규기업의 설립을 저해했다.

p308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 그들에게 좋은지 대신 가르쳐준다거나, 정부가 어떤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식으로, 이해당사자들의 가치관을 국외자들의 가치관으로 바꿔친다. 그 결과 이러한 조치들은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강하고 창조적인 힘들 중 하나와 정면충돌하게 된다. 즉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자기의 삶을 살려는, 수많은 개인들에 의한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러한 조치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 주된 이유다. 또한, 이것은 자유사회의 주된 강점 중 하나며, 정부규제가 자유사회를 고사시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말하는 이익은 그저 자기 자신만 챙기는 좁은 의미의 이익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 이익에는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기 재산을 기꺼이 바치고 목숨까지도 희생하고자 하는 온갖 가치들이 모두 포함된다.

p311

 

자유의 보존과 확장은 오늘날 양 방향에서 오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매우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다. 우리를 매장시키려는 크렘린의 악당들로부터 오는 외부적 위협이 그것이다. 다른 위협은 훨씬 더 미묘한 것으로, 이는 좋은 의도와 선의를 갖고 우리를 개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내부적 위협이다. 설득하고 모범을 보이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계획한 사회적 대변혁을 이루고 싶어 안달이 난 나머지,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몹시 사용하고 싶어 하며, 자신들의 능력으로 국가권력을 휘둘러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데 대해 추호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권력을 잡는다 해도 그들은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며, 결국에는 집산주의 국가를 만들어내는 데 이르게 될 것이다. 그들 스스로 그 결과에 기겁할 것임은 물론, 그로 인한 최초의 희생자들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집중된 권력은 그것을 창출한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서 당연히 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p313

 

featherbedding 과잉고용요구, 생산제한행위


反자유주의자들

   최근 자칭 철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시장자유주의에 대한 견해를 듣게 되었다. 그들의 생각을 듣고 느낀점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의 반박을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시하는 실증분석 결과와 논문들은 그들에겐 조작된 증거일 뿐이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시장자유주의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시작조차 못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한 나의 비판은 공정한 토론의 태도가 아니라며 억압받았다.

   나는 지식인들의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담론을 지식인이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그들이 과연 다양한 가치를 주장할 기초는 쌓았는지 의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시장의 기능과 정부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아는 것이라곤 단지 교과서 혹은 전공서에서 배운 내용일 뿐인데. 그들이 대체 얼마나 세상을 잘 안다고 중요한 가치라고 불리는 것들을 고집할까.

   시장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욕하는 무능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시장을 지키며 소외된 가치를 수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그것이 진짜 지식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설명하는 것에 실패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를 막은 대중에게 정확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따뜻한 가치를 수호할 수 있는 방법을 홀로 혹은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찾아야겠다. 지금 내가 가장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방법론은 monetary policy일 것이다. Cold head and warm heart. 마셜의 말씀을 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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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선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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