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고전: 동양 고전 이해를 위한 방법론적 서언 (1강)




그 동안 유튜브를 통해서 인문학 강연을 관심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찾아보았다. 그런데 관심있는 주제 대부분이 현대를 해석하는 강연이었는데 이를 설명할 때 고전을 자주 끌어온다. 고전에 관심은 많지만 하나씩 읽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강연을 토대로 겉핥기를 하고 그 중 관심있는 책은 메모해두었다가 시간이 남을 때 읽으려고 한다. 앞으로 꾸준히 내가 이 짧은 강연들을 틈날때 마다 읽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길 바란다.


동양의 고전: 동양 고전 이해를 위한 방법론적 서언


한~당 시기: 훈고학(주소학)

송~명 시기: 의리학

청대: 고증학


한~당 시기에는 춘추전국시대로부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어서 그 당시의 책들을 쉽게 읽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주석이 필요했고 이는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경전 해석학을 한대에 훈고학이라고 불렸고, 한~당대에 주소학이라고도 불렸다. 이는 과거의 책을 해석하기 위한 작업이었지만, 진시황제 때 분서갱유로 인해 없어진 책들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이후 송~명 시기에 의리학이 등장한다. 고전을 해석하는 작업에만 몰두하자, 다양한 생각을 주장하는 책을 고집하게 되었고, 사상을 종합하기 위한 철학적 해석의 자세가 요구됨과 동시에 등장하였다. 하지만 청대에는 다시 고전에 대한 언어적 해석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고증학이 등장한다. 고증학은 훈고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훈고학vs의리학의 구도로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두 가지 고전 연구방법론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끼리 갈등을 빚기도 한다.


현대화의 오류는 탈맥락적이고 탈역사적이다. 불교를 보르헤스에 비교하고, 장자를 니체와 비교한다. 이는 너무나도 그 당대의 맥락을 무시하는 잘못된 비교이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두 가지 연구태도를 한 연구자의 해석 체계 안에서 조화롭게 융화시켜야 한다. 고증이 없는 의리는 황당무계해지기 쉽다. 의리가 없는 고증은 고답적이 되기 쉽다.



고전을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단계

1. 고증학적 단계(Philological understanding)

그 언어 문자의 뜻을 알아야 한다. 문자학적인, 성운학적인, 문법적인 고찰은 텍스트의 원형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공자의 충을 『논어』 안에서 찾아가면 국가에 대한, 임금에 대한 충성이 아니었다. 

忠恕之道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남을 대할 때 내 마음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후대에 와서 정치적 목적으로 고전을 오용한다. 원래 뜻을 알아야 고전을 부당하게 이용하는데에 세뇌당하지 않을 수 있다.


2. 텍스트적 이해(Textual understanding)

책을 읽거나 그 책의 논증체계에 따른 분석. 즉, 문법을 잘 알아야 한다.

리도는 이치에 도달한다는 당대의 구어체로 쓰인 글자다. 이를 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리가 도달한다 (The principle is arriving here) 고 번역해서 조선 유학을 형성하였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3. 맥락적 이해 (Contextual understanding)

사회적, 역사적, 제도적, 언어, 이념적, 문화사적 등의 맥락에 대한 이해.

예라는 것을 서양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무별이면 무례다. 별은 구별이다. 차이가 아니라 구별이다. 남녀, 장유, 존비를 구별하여야 예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노자』 30장에 師之所處 荊棘生焉. 큰 군대가 머무는 자리에 가시덤불이 생간다는 의미다. 교수님께서도 계속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90년대에 중국에 가고나서 알았다고 하신다. 전쟁을 할 땐 군사 작전 도로는 말발굽과 바퀴가 빠지지 않게 단단하게 땅이 다져져야 한다. 그래서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가시덤불만 있게 된다. 연약한 풀들은 그 땅에서 자랄 수 없다. 이처럼 맥락을 아는 것은 고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4. 평가적 이해 (Evaluative understanding)

그 당시에 대한 이해를 온전히 하고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죽은 사람들의 사회로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는 것.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크로체: 그러나 모든 책 읽기는 지금 현재 나를 위해서다.


5. 해석학적 이해 (Hermeneutical understanding)

과거의 죽은 사상가를 현대 사회로 불러다가 지금 우리와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이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약간의 시사점을 고전의 저자로부터 가져온다. 철저하게 나의 고민에 대해서 접근하고 현재형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두 가지 역사성 즉, 고전의 역사성과 현재의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 단게에서는 공통점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보편적으로 항구하게 지속될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전과 현대 사이에 의견이 공유되고 이해의 지평이 열리게 되고 지평의 융합이 열리게 될것이다.



동양에서는 인문이란 사람의 무늬를 얼마나 아름답고 격조있게 가꿔나가느냐가 학문의 목적이다.

유가(인문적)

묵가(이해타산적)

도가(초인문적)

법가(반인문적)


소감

묵가의 사상이 현재의 우리 민중들의 생각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려우니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깊게 들어와서 그렇다고 변명을 해본다. 맹자께선 무항산 무항심이라고 했다. 지금 사람들의 행태를 과거의 죽은 사상가들께서 돌아오셔도 크게 나무라지 못할 것이다. 

인문적 삶을 유가적 태도에 동일시하는 것에 매우 동의하며, 경제학도로서 그런 성현들의 생각을 항상 마음에 두어야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다. 알프레드 마셜은 'Cool heads, but warm hearts' 라는 말을 남겼다. 그가 말하는 warm hearts를 유가적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열심히 해야 하는 동기부여를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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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선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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