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_히사이시 조


이 책은?

나와 동세대의 어린 아이들에게 자극을 준 영화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의 음악 감독인 '히사이시 조'의 에세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기대한 것보다 부족했지만, 그의 간단한 농담과 이야기는 동네 아저씨로부터 듣는 세상사로 여겨졌다. 휴식이 필요했던 시기에 가볍고 답답한 감정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열거되는 내용은 책의 내용을 임의로 요약한 것이다. 괄호에는 필자의 생각을 적었다.

1. 지휘하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논리적인 짜임새와 목소리를 기악적으로 사용하는 참신함에 감탄하였다.

 

-패턴을 반복하는 미니멀 음악에 심취했었고, 우연히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면서 영화음악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은 고전 예능이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히로시마의 일본인 희생자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유태인 희생자를 동등하게 바라본다.

<그들이 전쟁의 희생자이자, 민간인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동일시할 수 있다. 내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기분이 든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우익세력과 탐욕에 젖은 일본인들을 히로시마의 희생자들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가졌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나타나는 민족주의적 세뇌를 바탕으로 한 오류라고 생각하고, 이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바라본다.>

 

-일본 오케스트라 단원은 자발성이 부족하다. 대신에 그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에 연습이 도중에 멈추는 일이 거의 없다. 중국 오케스트라에선 서로 자기 주장하는 소리 때문에 소리를 묶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소리 그 자체는 낭랑했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중간 정도의 국민성을 보인다는 글을 한국형 시장경제체제라는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우리는 그 중간에서 더욱 협력하기 어려운 갈등이 빚어지겠지만 좀 더 농도 높은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정치 세태나 인터넷 상에서의 댓글 문화를 보면 갈등은 빚어지나 그 속에서 높은 고찰을 하고자 노력하는 태도는 매우 드물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단순암기식 학력고사에서 넘어와 좀 더 심층적인 토론이 동반되지 못하는 수학능력시험제도로. 그리고 자신이 고민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떠먹여주듯이, 알려주는 대로 외우는 법만 알고 천천히 고민하는 방법을 적절한 시기에 배우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태도를 가르쳐줄 의무를 가진다. 내가 드림클래스에서 8명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들이었는데. 나조차도 부족하기에 잘 전달되었을까 싶다...>

 

2. (음악을) 전하다

-전통은 내버려두면 금방 사라진다. 시대에 맞추면서 새로이 변화해야 한다.

 

3. 깨닫다

-시각과 청각은 시차가 발생한다. 물리적으로 그 두 가지를 맞추어도, 소리가 더 빠르게 들린다. 본래 빛은 소리보다 빠르기 때문에 시각이 더 빠를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인 것이다.

 

-시각에 없는 것은 시간이다. 청각에 없는 것은 공간이다. 눈이 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고, 귀가 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시각과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차이가 발생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시공을 전제로 한 언어가 발명되었다.

 

-시공은 음악의 절대적인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 음악에서도 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도레미혹은 도미솔등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이 또한 논리성이 성립한다.

 

-화가는 자신의 캔버스에 원래는 없는 시간의 흐름을 그리려 하고, 작곡가는 오케스트라 등을 통해 공간적 확장을 표현하려 한다. 본래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행위 또한 상상(창조)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가? 주체성은 사전적으로 자신의 의지나 판단으로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태도나 성질이라고 쓰여있다. 우치다 씨는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고 동정하는 기능이라고 했다. 최근 라든가 개성이라는 말이 항간에 넘쳐난다. ‘나의 축구를’, ‘나의 테니스를할 수 있다면 시합에서 이겼을 거라고 겨우 스무 살 언저리의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면, 당신이 있는 세계의 바닥은 얼마나 얕은 것이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지금껏 연습한 것을 있는 힘을 다해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가볍게 쓰는 개성을 존중한다며 방임해온 유토리교육의 폐해인지, 아니면 그들이 희생자인지, 아니, 그들을 탓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 주변의 어른이니까.

<저자는 개인의 자발성이 부족한 것에 민족성을 언급하며 아쉬워하지만(물론, 그 나름의 장점이 있어 저자는 자족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자발성이 본인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엔 소위 꼰대라고 불릴 만큼 불만을 표현한다. 이는 그가 음악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통찰이 부족한 것이거나, 자기 민족의 성숙을 기다려 줄 인내심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구성하는 기본 3요소는 멜로디(선율), 하모니(화성), 리듬이다. 리듬은 시간상에 성립하고, 하모니는 공간을 파악한다.

 

4. 생각하다

-상업화로 대량생산되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가? 우리는 어딘가에 놓고 와버린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되돌려야만 한다.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했던 9·11테러 사건 이후 세상은 변했다. 그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인류는 부정에서 차이로 이동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분리되고, 중동은 간신히 나라로 묶여 있었지만 민족과 종교의 차이를 고집하다 뿔뿔이 흩어지면서 비참한 살육전이 벌어져 수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고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인해온 미국도 통제할 능력을 잃었고, 중국의 눈 뜨고 불 수 없는 이기심, 바로 그 틈에서 세계를 노리는 러시아까지, 세계는 지극히 혼란스럽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평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70, 전쟁으로 한 사람도 죽지 않은 나라는 이 나라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런 일을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한 내각이 멋대로 결정하는 것은 독선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나라의 젊은이는 어떤가. 최악의 유토리 교육등으로 제멋대로 길러져,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꼴로 펀들거리며 살아간다. 물론 넘버원이 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온리 원이면 된다는 무책임한 사회구조를 용납할 수 없다. 인간은 미숙한 생물이다. 그러니 노력해서 한 단계씩 자신을 높여나가야 한다. 하나를 알기만 해도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그렇게 기른 부모의 책임이다. 그 부모들이 자신의 향락, 아이의 교육이라 칭하는 입시에 분주하는 모습을 볼 때, 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나 싶어 진심으로 걱정된다. 원전 문제도 그렇다. 지면이 불안정한 나라에서,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어지간히 데었는데도 다시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원자력을 사용한 대량 파괴 무기로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까지 두 번에 걸쳐 지옥을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배울 줄 모르는 자세가 안타깝다. 인간은 실수를 범하는 대전제를 무시한 이런 대기업 중심의 경제 활동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여기서 지적하는 것처럼 세계는 각자 고립되고 있다. 그것은 세계화로 파생된 문제들에 겁에 질린 세계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우리는 당분간 점이지대에서 고민하고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쳐야만 더욱 안정적인 세상의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낙관적으로 그렇게 기대하고 있으며, 헤겔이 주장하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세상의 방향이 그리 될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근거 없이 내뱉고 있기에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지금은 이에 대해 더욱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5. 창작하다

-(클래식에 대해서) 단순히 과거를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지금 있는 자신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저는 그 흐름 속에서 지금 존재하는 한 사람이고 싶고, 그곳에서 쓸 수 있는 음악을 제대로 써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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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선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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